문학
관리자 23-12-28 09:24 163 hit
진안문학의 대상 범위는 진안에서 태어나 진안에서 문학활동을 했던 작가, 진안에서 출생한 뒤 타지에 가서 활동한 작가, 진안을 배경으로 한 문학, 진안지역의 문학 활동에 참여하여 진안문학의 발전에 기여한 작가들과 작품들이다. 진안문학은 역사적으로 고려 이규보(李奎報, 1168~1241)에서 시작되었다. 이규보가 전주에서 지방관으로 근무하던 시절, 틈틈이 전라도 지방을 여행했는데, 마령, 진안을 여행하면서 마령 객사에 유숙할 때 지은 2편의 ‘진안 관련 시’(1199년)가 『동국이상국집』에 남아 있다. 이규보 이후로 현대에 이르기까지 진안문학의 맥이 이어져 오고 있다. 【고대 한시문학】 먼저 고려 말엽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南行月日記’에 “마령, 진안은 산곡간의 옛 고을이라 그 백성들이 질박하고 미개하여”라는 구절에서 ‘진안’에 대한 언급이 나오고, 『동국이상국집』권 9에 진안 관련 시 2편을 남겼다. 한 편은 마령 객사에서 유숙할 때 중대당두(重臺堂頭)가 술을 가지고 와서 지어준 시이고, 다른 한 편은 금당사(金塘寺)의 당두고사(堂頭枯師)를 찾아가는 시이다. 이는 이규보가 1199년 6월에 전주목사록 겸 장서기(全州牧司錄兼掌書記)로 부임하여 그해 11월 20일에 전주 속군인 진안을 여행하면서 쓴 것이다. 마령객사에서 유숙하면서 쓴 시는 아전을 ‘원숭이 모습’이라고 표현해서 아전을 폄하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기록에 보이는 진안 관련 첫 시이다. 왕명에 의하여 이행(李荇), 윤은보(尹殷輔) 등이 펴낸 인문지리서 『신증동국여지승람』(1530년)에 윤소종(尹紹宗), 김극기(金克己)를 비롯한 열 사람의 진안 관련 시가 실려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은 전국을 도·군별로 조목에 따라 서술하고, 지방사회의 연혁, 성씨, 묘사(廟社), 풍속, 관부(官府), 토산, 인물 등 모든 면에 걸쳐 실은 백과사전식 서적인데, 이 책의 ‘진안현’이나 ‘용담현’조에 진안 관련 시가 실려 있다. 이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궁벽한 땅, 순박한 백성, 마이산을 비롯한 진안의 아름다운 자연의 형상 등을 노래하고 있다. 이후 인조 때 문신 조찬한(趙纘韓, 1572~1631) 일가가 진안 형승을 노래한 시와 기(記)가 있고, 진안 용담 태고정(太古亭)에 대해서 쓴 기(記), 시, 서(序)가 있는데 우암 송시열의 ‘용담태고정기’를 비롯하여 이명한, 김창흡 등의 시가 『진안지』에 실려 있다. 이들은 모두 타 지역 출신으로 진안 관련 글을 남겼다. 한편 진안지역인의 진안 시로는 임타(林㙐, 1593~1664)와 그의 후손들의 시, 전동흘(全東屹)·김중정(金重鼎), 담락당(湛樂堂) 하립(河昱 )·삼의당(三宜堂) 김씨(金氏) 부부의 시가 있다. 임타는 조선 후기의 유학자로 한양에서 벼슬을 그만두고 용담현 와은리(상전면 용평리 평은마을, 수몰)로 아들 4형제와 함께 이주하였다. 이후 아들 4형제 후손이 진안 조림리와 와은리에 집성촌을 이루고 살면서 진안에 대한 시들을 읊었다. 긍구당 김중정(金重鼎, 1602~1689)은 1632년(인조 14) 조청(朝淸)전쟁이 일어나 왕이 항복하자 그 이듬해인 1637년 척화(斥和)의 입장을 취하고 있던 조부 김충립(金忠立)을 따라 첨지중추부사의 벼슬을 버리고 진안군 주천면에 들어왔다. 이후 후학을 가르치는 일에 전념하면서 『긍구당유고』와 한시 114수를 남겼다. 가재 전동흘(全東屹, 1610~1705)은 조선후기의 무신으로 진안읍 가림리에서 태어났으며, 유명한 『장화홍련전』을 남겼다. 삼의당 김씨(1769~1823)는 조선 후기 여류 문학가로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삼의당 김씨 부부는 1801년 남원에서 진안군 마령면 방화리로 이주하여 마령면에서 여생을 마쳤는데, 부부가 서로 주고받은 시들과 삼의당의 시들이 전한다. 삼의당 김부인의 유고는 『삼의당 김부인 유고』(이월영 역, 2004)로 번역 출간되었다. 【근대 이후 현대의 한시와 가사문학 : 조선 말기~ 1950년】 이 시기의 한시 문학은 언어의 조탁(彫琢)이 두드러지고 국가의식이 짙다. 1910년 경술국치를 당하자 음독 자결한 매천 황현(黃玹, 1855~1910)은 진안 출신은 아니지만 진안군 마령면 원평지마을 앞에 있는 ‘쌍계정’에 대한 시를 남겼다. 이병항(李秉恒, 1861~1946)은 『정은집』 5권을 남겼는데 진안의 정자, 자연승경을 소재로 지은 시가 많다. 정종엽(鄭鐘燁, 1885~1940)은 『수당유고』를 남겼는데 이도복(李道復, 1862-1938)에 대한 시 2편을 포함하여 126수의 한시가 있다. 허명렬(許明烈, 1897~?), 김규태(金圭泰, 1905~1977)의 시도 진안문학에 주요한 바탕이 되었다. 이도복(李道復)의 ‘이산구곡가(←駬山九曲歌)’는 진안 마령면 동촌리 이산정사(이산묘)에서 진안 마이산을 둘러싼 승경을 읊은 창작 가사이다. 마이산의 승경 속에서 우회적으로 우국충절을 노래한 가사로 유명하다. 그 외에 1924년 발행된 『진안지』에 지역 문인들의 시문이 다수 실려 있다. 【현대의 진안 문학】 1920년 한국 현대문학의 출발과 함께 본격적인 한글세대 문학이 주체가 되었는데 진안문학도 한글문학으로 바뀌고, 장르에서도 본격적으로 시, 시조, 소설, 수필, 문학평론, 아동문학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대표적인 문인들은 다음과 같다. 시인으로 최민순, 허소라, 한승헌, 이운룡, 전승묵, 전덕기, 이세일, 전한상, 안현심, 이소주, 김이하, 김사강, 정상기, 임우성, 문학인, 구연배, 전병윤, 박인숙, 김성열, 김영하 등이 있다. 시조시인으로 박병순, 김환식, 박영우, 박부산, 김기석, 최정수, 전영주, 이용진, 정형기 등이 있고, 수필가로 송화영, 남궁선순, 신용일, 송영자, 송영수, 임억규 등이 있다. 소설가로는 김종록, 송준호, 김병용, 정연의 등이 있고, 아동문학가로는 허호석, 강만영, 손석배, 이지원, 전형무, 한일남, 최일걸 등이 있으며, 희곡작가로는 곽병창이 있다. 이들은 대부분 진안지역 출신이지만 대부분 타 지역에 살면서 등단하여 활동하는 문인들이다. 시인 이운룡의 경우는 현재 전북문학관장이며 『산새의 집에는 창이 없다』(2006) 이후 최근 『어안을 읽다』(2013)를 출간하였다. 시조시인 구름재 박병순(朴炳淳, 1917~2008)은 부귀면 세동리 적내마을에서 태어났는데, 최근에 박병순의 생가를 복원하려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소설가 김병용은 『길 위의 풍경』(2009)에서 섬진강의 발원지인 ‘진안의 데미샘’을 아름다운 필치로 소개하였고 희곡작가 곽병창은 용담 수몰지역을 배경으로 ‘꿈꾸는 슈퍼맨’(2008)이라는 작품을 공연하기도 했다. 아동문학가 허호석(1937~ )은 “동심으로 자연과 사물이 하나가 되는 물아일체의 은유 속에 우주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혔다”는 평을 받는다. 타 지역 문인이지만 진안의 아름다운 산수 자연을 시화한 문인으로는 1920년대의 김해강을 비롯하여 이은상, 이기반, 최종규, 권진희, 진병주, 송희철, 송기섭, 송희, 심옥남, 이재숙, 이우만, 김정웅, 문인수, 신화금 등도 주목할 만하다. 【문학단체 및 문학상】 1992년 5월 10일 창립되었던 ‘진안문학회’가 2000년 5월 12일 한국문인협회 진안지부로 변경 인가되었다. 이 단체의 전신인 진안문학회는 1992년 5월 10일 최진성을 대표로 설립되었고, 이후 송화영, 문학인이 회장을 역임하였다. 한국문인협회 진안지부로 변경된 후 전병윤이 초대 회장을 맡았으며, 김예성, 남궁선순, 송영수, 김재환을 거쳐 2016년 전근표가 회장직에 있다. 진안문학회 태동 이후 『진안문학』이 1년에 한 번씩 발행되는데, 진안문협 회원들의 시와 산문 등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한편, ‘진안문학상’을 제정하여 성실하게 문인의 길을 걷는 문학가에게 수여하고 있다. 진안문학상은 지난 2003년 문학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였던 고 최인순을 기리기 위해서 고인이 딸인 김영화에 의해 제정된 상이다.